[2024년 국내 댄스 결산] 격변하는 리듬 속에 '다시 만난 세계'

에디션m

[2024년 국내 댄스 결산] 격변하는 리듬 속에 '다시 만난 세계'

2025.02.04
Special

에디션m

'이런 노래를 뭐라고 하지?'
'이 노래는 어떻게 유행하게 됐을까?'

우린 종종 음악을 들으며 장르, 아티스트, 혹은 노래의 이면에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궁금해하죠. 또는 최애곡과 비슷한 노래, 최애 밴드와 비슷한 가수에 목말라하기도 하고요. 하나의 음악을 접하면 다섯 가지의 질문을 하게 되는 독창적 탐구형 리스너를 위해, 멜론과 전문가가 힘을 모아 대중음악 지침서를 발행합니다. 세상의 모든 음악을 에디션m에서 즐겨보세요.

음악을 탐구하는 멜로너를 위한 대중음악 지침서, 에디션m

Story

격변하는 리듬 속에 '다시 만난 세계'

폭풍의 눈에서

2024년 한 해 내내 케이팝 시장에는 거대한 폭풍우가 몰아쳤다. 첨예한 대립과 여론 공방이 벌어지는 가운데, 산업의 한가운데서 묵묵히 일하는 창작가들은 평온을 유지하며 흥미로운 결과물을 내놓았다. 케이팝 시스템은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어지간한 사건으로는 무너지지 않는 내성을 자랑한다.

싱글 몇 곡만으로도 뉴진스의 위력은 대단했다. 마이애미 베이스 트렌드를 재빠르게 이식한 'How Sweet'과 한국인이 꿈꾸는 일본 버블 시대의 호황기를 꾸민 'Bubble Gum'의 화제성은 대단했다. 바다 건너 일본에서의 공식 데뷔 싱글 'Supernatural'과 'Right Now'에서는 한국어, 영어, 일본어를 자유롭게 혼합하여 내놓는 자신감을 들려줬다. 언어와 국경을 넘어 노스탤지어의 안온함만을 가져온 뉴진스의 영향력이었다.

빌리프랩의 아일릿은 정반대의 전략으로 맞섰다. '과몰입'이라는 트렌드로 현재에 집중한 이 신예 그룹은 애틀랜타 베이스와 플러그앤비(Plugnb)의 유행, 숏 폼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의 초상을 영롱한 'Magnetic'으로 풀어냈다.

플레디스는 레이블의 개성을 보다 보편적인 언어로 다듬었다. 선배 그룹 세븐틴의 데뷔 초를 보는 듯 풋풋했던 투어스의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와 프로미스나인의 섬머송 'Supersonic'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베스트 앨범을 발표하며 세계를 누빈 세븐틴 역시 2023년의 기세를 그대로 이어갔다.

빅히트뮤직의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발표한 [minisode3: TOMORROW]는 어지러운 시장 상황으로 빛을 보지 못한 비운의 작품이다. '러브 유어셀프'로 대표되는 거대 서사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필수처럼 여겨졌던 세계관이 '이지 리스닝' 앞에 주춤하는 가운데, 모든 마법이 사라지더라도 영원히 함께일 거라는 케이팝의 약속이 영롱하게 빛났다.

K-POP 신에서 활약한 개인들

24인조 걸그룹 트리플에스(tripleS)가 마침내 완전체로 뭉쳤다. 모드하우스의 정병기 디렉터는 세계를 넘어 우주적 상상력을 펼쳤던 이달의 소녀로부터 서사의 크기를 줄이고, 인원의 규모를 늘리며 오늘날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모든 여성에게 '다시 해보자'라는 격려를 보냈다. 동시에 모드하우스는 이달의 소녀를 정신적으로 계승하는 그룹 아르테미스(ARTMS)의 [DALL] 앨범으로 그들이 품고 있는 꿈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알렸다.

이달의 소녀 멤버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인상적인 결과를 만들어냈다. 이달의 소녀 yyxy의 추억을 되새기게끔 했던 루셈블의 'TTYL', 재기 발랄한 캐릭터와 정확히 맞아떨어졌던 츄의 'Strawberry Rush', 전 세계적으로 가장 트렌디한 음악 유행을 가져온 이브의 'Viola'가 활약했다.

개인 기획자들은 대형 기획사가 내놓을 수 없는 아이디어와 새로운 음악으로 케이팝 시장에서 진검승부를 벌였다. 그레이트엠엔터테인먼트의 82메이저가 '촉'과 '혀끝'으로 선보인 미감은 포화 상태의 보이그룹 시장에서 으뜸이었다. '국힙 딸래미' 칭호와 함께 이스트코스트와 웨스트코스트를 통합한 DSP 프로듀서 키겐의 영파씨, 키스 오브 라이프를 성공으로 이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해인, 작곡가 홍지상과 다시 한번 의기투합한 '뜨거워지자'의 주인공 하이키 등이 각자의 위치에서 새로운 개성을 표현했다. 중소 기획사 소속 에이티즈는 빌보드 200 차트 1위를 차지한 대형 기획사 그룹들 사이에서 선연한 존재감을 뽐냈다.

단체 활동을 YG에 맡기고 개별 활동을 펼친 블랙핑크 멤버들은 각자 고유의 개성을 가다듬어 날아올랐다. 2024년 해외 여성 팝스타 삼총사 - 찰리 XCX, 사브리나 카펜터, 채플 론 -가 활약했다면 케이팝 진영에서는 리사, 제니, 로제가 있었다. 케이팝 스타로 출발해 세계를 종횡무진 누비는 이들은 'K'를 뗀 케이팝, 케이팝 그다음의 '애프터 케이팝'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중 으뜸은 단연 세계인의 고개를 좌우로 끄덕이게 만든 브루노 마스와 로제의 'APT.'다.

저력을 발휘한 3대 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는 베이비몬스터와 트레저의 활약에 만족을 표했다. 하지만 진짜 저력은 과거로부터 왔다. 2000년대를 경험한 이들의 피를 끓게 만든 투애니원의 컴백 공연은 한국 케이팝 신에 다시 한번 재결합, 재결성, 복고의 흐름이 유행으로 일어날 것을 예고했고, 그 예언은 지드래곤의 'POWER'와 'HOME SWEET HOME'으로 현실이 되었다.

JYP엔터테인먼트의 성과는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겨냥했다. 월드 투어, 스타디움 투어, 돔 투어를 누비는 트와이스와 스트레이키즈는 최대, 최고, 최초의 기록을 거침없이 깨트려 나갔다. 동시에 실험적인 '믹스팝'을 이해시키는 데 성공한 엔믹스로 내일을 향한 투자 역시 소홀하지 않았다.

그중에도 단연 2024년의 주인공은 SM엔터테인먼트다. 그 중심에는 에스파가 있었다. 'Supernova'-'Armageddon'-'Whiplash' 3연타가 너무도 강력했다. '광야'로 대표되는 SM 컬처 유니버스의 세계관을 탈피하고, 미지의 존재에서 강림한 신비로운 존재로 자신을 재정의한 에스파는 강력한 존재감과 전위적인 음악으로 SMP의 위상을 증명하며 케이팝의 정상 고지를 밟았다.

SM엔터테인먼트의 성공은 과거, 현재, 미래를 동시에 포괄한다. 멤버들의 입대로 완전하지 않았던 NCT127은 견고한 정규 앨범 [WALK]로 그룹이 쌓아 올린 음악의 성채가 굳건함을 보였다. 레드벨벳의 잔혹 동화가 계속될 것임을 증명한 'Cosmic'은 우아했다. '우리는 음악을 만든다 (We Making Music)'고 선언한 라이즈의 'Boom Boom Bass'는 흡족한 내일이었다. 태연, 예성, 도영, 키, 민호 등 솔로 가수들의 음악도 빛났다.

혼란스러운 한 해의 마지막을 장식한 음악 역시 SM의 작품이었다. '다시 만난 세계'와 함께 차가운 12월의 광장으로 나선 민중은 믿을 수 없는 폭력 앞에 굴복하지 않았다. 영원히 꺼지지 않을 응원봉을 손에 쥐고 거리로 나섰다. '널 생각만 해도 난 강해져 울지 않게 나를 도와줘'. '다시 만난 세계'를 목 놓아 부르며 '다시 만날 세계'를 염원했다. 그렇게 2024년을 떠나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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