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1
Trilogy 시리즈의 첫 번째 앨범, [After Hours]
코로나바이러스. 2019년의 끄트머리에 등장한 이 낯선 병원체는 희망차게 시작한 2020년대를 전대미문의 범유행 전염병으로 물들이며 사상 초유의 격리 사태를 촉발했다. 모든 세계의 작동이 멈추고 교류가 끊어진 암흑의 시대를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회고한다. 음악계 역시 코로나바이러스에 직격탄을 맞았다. 거대 투어부터 작은 공연까지 비대면 행사가 모조리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행사 및 홍보 역시 불가능해지면서 눈에 띄게 수익이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바이러스가 음악의 발매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음악가들은 대재난 이전 성실히 가다듬어온 야심으로 제작한 작품을 통해 집 밖으로 나갈 수 없는 대중을 위로했다.
삭막했던 2020년을 상징하는 스타는 누구일까. [folklore]를 통해 새로운 음악적 변신을 시도한 Taylor Swift, 'Circles'의 인기를 이어간 Post Malone, 여섯 번째 정규 앨범 [positions]와 함께 대대적인 협업으로 대세의 지위를 굳힌 Ariana Grande 등의 이름이 떠오른다. 그러나 모두가 이 해의 주인공을 짐작하고 있다. The Weeknd다.
미국 Billboard 선정 2020년 Year-End 차트에서 쟁쟁한 경쟁자들을 모두 제치고 1위의 영예를 누린 싱글 'Blinding Lights' 한 곡만으로도 모든 설명이 끝난다. 'Blinding Lights'는 심지어 1958년 이후 미국에서 가장 흥행한 노래를 집계하는 Billboard All Time Chart에서도 당당히 1위의 영예를 누리고 있다. 이 노래가 수록된 네 번째 정규 앨범 [After Hours]의 활약은 그야말로 무시무시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음악 시장이 수축하였음에도 발매 첫 주 44만 4천 유닛을 판매하였으며 2020년 IFPI 선정 가장 많이 팔린 앨범 2위, 미국 내 판매 앨범 순위 3위, Billboard 200 Year-End 차트 8위, Billboard R&B 앨범 차트 40주 연속 1위 등 쟁쟁한 기록을 모두 거머쥐었다.
The Smiths, Talking Heads, Bad Brains 같은 록 밴드부터 Wu-Tang Clan과 같은 힙합 문화까지 끌어안아 Prince의 하이브리드 음악을 선보였고, Daft Punk와의 협업으로 히트를 기록한 'Starboy'에서부터 일찍이 우리는 The Weeknd가 매 정규 앨범을 통해 새로운 음악의 장을 펼쳐나감을 확인할 수 있다. [After Hours] 역시 발매 전 여러 힌트를 통해 완전히 다른 음악이 될 것임을 예측할 수 있었다.
핵심은 그 변화의 가운데 축에 The Weeknd의 개인적 경험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모델 Bella Hadid와 팝스타 Selena Gomez와의 결별 이후 발표한 [My Dear Melancholy] 앨범에서 The Weeknd는 전작과 구분되는 음울하고 자기 연민적인 메시지의 음악을 통해 아픔을 예술로 승화하는 과정을 고백했다. 이처럼 우울한 감정의 파고와 트라우마에 대한 고백은 The Weeknd가 의도치 않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침잠했던 시대상을 관통하며 앨범의 흥행을 가속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New York Times의 음악 기자 Jon Carmanica의 표현대로 The Weeknd는 '반짝이는 트라우마'로 가득한 앨범을 제작했다. 그 중심 장르에 혜성처럼 등장한 시기부터 음악의 주축을 이루고 있었던 신스 웨이브가 있다. 네온사인 가득한 빌딩 숲 아래 쓸쓸한 도시의 풍경을 섬세한 전자 음악으로 펼쳐 보이는 이 음악 스타일은 The Weeknd가 'Can't Feel My Face'부터 'Love Me Harder'까지 든든한 파트너로 함께한 프로듀서 Max Martin부터 오늘날 전자음악 대유행의 선구자 Daft Punk와 함께한 결과물까지 음악가의 영혼을 담는 가장 으뜸의 그릇이었다.
세계의 눈을 멀어버리게 했던 'Blinding Lights'는 그 신스 웨이브 폭격의 선봉장을 맡은 곡이었다. Max Martin, Oscar Holter, DaHeala와 함께한 이 곡은 1980년대 뉴웨이브 밴드들과 신스팝 음악가들을 바라보는 강력한 노스탤지어, 다양한 블록버스터 영화로부터 영감을 얻은 The Weeknd의 폭력적인 콘셉트, 섬세하게 곡을 소화하는 음악가의 보컬이 황금률을 이룬 명작이다.
[After Hours]는 2020년대 대중음악을 판단하는 시금석으로 우뚝 서 있다. 앨범 전반에 참여한 Max Martin은 앨범의 'Hardest to Love'에 팬데믹 이후 전 세계를 강타한 드럼 앤 베이스 비트를 선택하며 다가올 유행을 예고하는가 하면, 1980년대 뉴웨이브에 대한 영감을 보다 가다듬은 'Save Your Tears'로 2021년 전 세계적으로 21억 회 이상 스트리밍을 끌어냈다. Daft Punk의 'Veridis Quo'를 보간한 또 다른 히트곡 'In Your Eyes'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앨범의 대표곡이다.
The Weeknd는 과거를 그리워하는 기성세대와 미래를 기대하는 신세대 모두를 사로잡았다. Elton John의 명곡 'Your Song'을 샘플로 사용한 'Scared to Live'를 통해 전설에 경의를 표하는가 하면, 쾌락의 도시 속 방황하는 영혼을 노래한 'Heartless'에서는 Electroclash와 R&B, Trap을 결합해 새 시대 힙합 R&B 지망생들에게 교과서 한 편을 선사했다.
흥미로운 이름이 대거 등장한 작품 역시 [After Hours]였다. 앨범 후반부 'Repeat After Me (Interlude)'에는 실험적인 전자음악 시장을 대표하는 Oneohtrix Point Never와 Tame Impala의 호기심꾼 Kevin Parker가 이름을 올렸다. 프랑스의 DJ 듀오 The Blaze와 신스팝 밴드 Chromatics 역시 히트작에 참여했다. Vaporwave Remix에서 호흡을 맞춘 Lil Uzi Vert도 앨범의 야심에 걸맞은 게스트로 활약했다.
Martin Scorsese 감독의 '특근(After Hours)'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발표한 [After Hours]로 The Weeknd는 전성기에 접어들었다. 2020년 내내 전 세계 100회 이상 수상 기록과 쏟아지는 히트 퍼레이드, 2021년 슈퍼볼 하프타임 쇼 장식 등 음악가가 누릴 수 있는 모든 영예를 손에 거머쥐었다. 딱 한 곳 그래미 어워드를 운영하는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만 빼고. 제63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After Hours]는 그 어떤 분야에도 후보로 오르지 못하는 '스넙(Snup)'을 당했다.
이 사건으로 역대 최저 시청률을 기록한 그래미 어워드에 대한 논란이 본격적으로 불거지며 레코딩 아카데미가 '비밀 위원회' 삭제 등 강력한 내부 개혁을 시작하였으니 The Weeknd가 이 앨범 한 장으로 대중음악계에 끼친 영향은 실로 거대하다고 말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래미 '스넙' 이후 그가 소셜 미디어에 올린 문장처럼, 음악계는 그에게 투명성을 빚지게 된 것이다.
Special #2
Trilogy 시리즈의 두 번째 앨범, [Dawn FM]
피 흘리며 미소 짓던 사내가 폭삭 늙어버렸다. 어두운 배경으로부터 희미하게 새어 나오는 조명을 배경으로 수염이 나고 주름으로 가득한 얼굴이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것은 이승의 음악일까? 혹은 저승으로 향하는 남자의 마지막 기록일까? [After Hours]의 대성공 이후 The Weeknd의 차기작을 기대하던 음악팬들은 신선한 앨범 커버 한 장만으로 수많은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After Hours]로 전 세계 음악 시상식에서 100회 이상의 트로피를 거머쥐고, 슈퍼볼 하프타임쇼까지 화려하게 장식한 The Weeknd에게 창작은 절대 놓을 수 없는 운명이자 마법이었다. 거대한 상업적 성공에도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로 모든 투어 및 연예 활동이 사라진 덕에 그는 개인의 우울을 숨 가쁘게 바쁜 일정으로 은닉하는 대신 또 다른 명작의 세계관으로 펼쳐 보일 수 있었다. 처음에는 깊은 우울을 날 것 그대로 담아내려 하였으나, 정서적으로 너무도 해로웠기에 프로젝트를 폐기했다. The Weeknd는 [After Hours]를 제작하며 겪었던 인간관계로부터의 고통과 실연의 고독 등 코로나19 외에도 숱한 고통을 앓고 있었다. 단편적인 감정 표출 그 이상의 서사가 필요해졌다.
강력한 콘셉트 앨범 [Dawn FM]은 이렇게 세상에 등장했다. Billboard와의 인터뷰에서 The Weeknd가 밝힌 앨범의 배경은 다음과 같다. 삶을 마친 영혼들이 캄캄한 연옥으로부터 저 높은 곳의 천국으로 향하는 터널에 모여있다. 터널은 심각한 교통 체증으로 혼잡하다. 마치 단테의 '신곡'과 같은 여정으로, 안타깝지만, 여정을 떠나기는커녕 머무르는 것조차 갑갑한 상황이다. 그때 천국행 차량에서 흘러나오는 라디오에 모두가 귀를 기울이게 된다. 능숙한 진행자의 멘트와 아름다운 노래가 살아생전의 모습과 경험, 감정을 돌아보게끔 만든다. 후회를 씻어내고 미련을 털어버린다. 어느새 열반에 들어선 영혼은 꽉 막힌 도로 위로 날아올라 분명한 빛의 세계로 진입하며, 영원히 끝나지 않을 긴 여행을 떠난다.
실로 기발한 서사를 뒷받침하는 데는 The Weeknd의 끊임없는 음악 외연 확장 및 탐구의 자세가 바탕이 되었다. 우선 앨범의 라디오 콘셉트는 [After Hours] 리믹스로 인연을 맺은 일렉트로닉 뮤지션 Oneohtrix Point Never의 2020년 작 [Magic Oneohtrix Point Never]로부터 힌트를 얻었다. The Weeknd는 Oneohtrix에게 앨범 전반의 프로듀싱을 맡겼을 뿐 아니라 [Magic Oneohtrix Point Never] 앨범의 커버를 담당한 Robert Beatty에 [Dawn FM]의 인상적인 커버 사진을 의뢰했다.
전자 음악가들에 대한 The Weeknd의 구애는 Oneohtrix에서 그치지 않았다. 'How Do I Make You Love Me'와 'Sacrifice'에서는 스웨덴의 전설적인 트리오 Swedish House Mafia가 이름을 올렸고, Lil Wayne과 함께한 'I Heard You're Married'에서는 Calvin Harris의 일렉트로 펑크(Funk)를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이 다양한 음악가들의 개성을 매끄럽게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낸 이는 역시 히트메이커 Max Martin과 음반의 주인공 The Weeknd였다.
확실한 역할 분담으로 무장한 The Weeknd 사단은 탄탄한 시나리오와 일급 제작자들 및 배우들의 대활약을 통해 지옥으로 향하는 고속도로의 사운드트랙을 완성했다. Jim Carey와 Josh Safdie, Quincy Jones 등 전설들이 마이크를 잡고 라디오 방송국의 무드를 자아내는 가운데 어두운 밤에서 해가 떠오르는 새벽까지의 일화를 끊김이 없는 콘셉트 앨범이 펼쳐진다. 신스팝, 뉴웨이브, 일렉트로닉의 향연과 더불어 전작의 무겁고 음울한 테마 대신 어느 정도 속도감 있는 비트 위 유연하고 섬세한 선율이 두드러진다.
이펙터가 걸린 보컬이 몽롱하게 작품의 서막을 여는 'Gasoline'부터 화려한 신스팝 'How Do I Make You Love Me?', 긴장감 넘치는 기타 리프로 조성한 The Weeknd표 스릴러 테마곡 'Take My Breath'와 1981년 Alicia Myers의 'I Want to Thank You'를 샘플링하여 Swedish House Mafia와 함께 주조한 'Sacrifice'까지 앨범은 흠잡을 데 없이 매끄럽게 이어진다. Daft Punk의 [Random Access Memories] 앨범 가운데 Giorgio Moroder의 음성을 연상케 하는 Quincy Jones의 'A Tale by Quincy'가 지나가면, 정호연 배우의 열연과 함께 아란 토모코의 1983년 작 시티팝 'Midnight Pretenders'를 샘플링한 'Out of Time'이 앨범의 전환점을 알린다.
[Dawn FM]의 음악적 깊이는 바로 다음 곡 'Here We Go… Again'에서 감탄을 자아낸다. The Beach Boys의 Bruce Johnston과 Christian Love가 프로듀서 Rex Kudo에게 들려준 합창으로부터 탄생한 아름다운 소프트 록 곡에 Tyler, the Creator의 랩이 아무런 이질감 없이 어우러진다. 이후 많은 사랑을 받은 싱글 'Less than Zero'까지 포근한 음악을 이어가는 앨범은 수미상관의 구조로 마지막 곡과 첫 곡을 이어 완벽한 회자정리의 여정을 마무리한다.
앨범은 발매와 동시에 전 세계 평단의 찬사를 받으며 전 세계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에서의 폭발적인 수요를 불렀다. 특히 전자 음악에 대한 깊은 관심으로 인해 독일, 스웨덴, 이탈리아, 프랑스, 스위스 등 유럽 국가들에서 The Weeknd에 관한 관심이 뜨거워졌다. 빌보드 200 차트 1위 역시 당연한 결과였다. 더욱 거대했던 것은 상업적 성과보다 음악적 성취였다. The Weeknd가 꾸는 네오 Michael Jackson의 이상향은 결코 허황한 망상이 아니었다.
Special #3
Trilogy 시리즈의 마지막 앨범, [Hurry Up Tomorrow]
The Weeknd가 돌아온다. 2022년 연초에 공개되어 한 해를 뜨겁게 달군 콘셉트 앨범 [Dawn FM] 이후 3년 만의 컴백이자, [After Hours]부터 이어진 Nightmare 3부작에 마침표를 찍는 작품이다. 피 흘리는 광기의 정장남, 폭삭 늙어버린 백발의 자아를 거쳐 눈물이 고인 채로 정면을 응시하는 현재의 The Weeknd를 담은 커버가 이미 소셜 미디어상에서 밈이 되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정판 바이닐 커버는 우주복을 입고 잠수하는 아기 얼굴의 The Weeknd가 그려져 있는데, [After Hours]부터 힘을 보태고 있는 금속 질감의 아트를 선보이는 일러스트레이터 소라야마 하지메와의 협업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마지막이 있다. The Weeknd의 경력은 이 앨범으로 마무리된다. Abel Tesfaye의 음악적 자아를 상징한 The Weeknd라는 이름은 이제 과거 시제로만 남게 된다. Abel 혹은 Tesfaye로 다시 태어나고자 하는 음악가의 야망이 신보에 녹아있다.
The Weeknd가 바라는 내일은 어떤 모습일까. 그가 Nightmare Trilogy라 명명한 2020년대의 3부작 흐름을 바탕으로 간단하게 유추해 보자면, [After Hours]가 지옥이었고 [Dawn FM]이 연옥이었으니 이번 배경은 천국임이 유력하다. 그는 어째서 The Weeknd라는 캐릭터를 버리고 본명으로 새 삶을 펼치고자 하는 것일까. 그는 왜 지옥에 발을 디뎠고, 이제 스스로에게 구원을 내리려 하는 것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10년 전인 2015년, 세상을 뒤흔들었던 히트작 [Beauty Behind The Madness]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The Hills'와 'Can't Feel My Face' 등 대중적 히트곡으로 널리 알려진 이 앨범은 사실 뮤직비디오를 통해 2020년대 오늘날까지 흥미로운 서사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The Weeknd의 콘셉트를 가장 먼저 제시한 작품이다. 'Can't Feel My Face'와 앨범 티저, 'Tell Your Friends'와 'The Hills'에 공통으로 등장하는 붉은 머리의 남성에게 집중하자. 뮤직비디오에서 의문의 남성은 The Weeknd를 슈퍼스타로 만들어주지만, The Weeknd는 그를 총으로 쏘아버린다. 괴테의 '파우스트' 속 박사에게 계약을 제시하여 달콤한 유혹으로 그를 타락하게 만들고자 하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가 떠오르는 지점이다.
The Weeknd는 이후 숨 가쁜 명성과 쾌락, 그리고 고독 사이에서 발버둥쳤다. 냉혈한 [Starboy]를 통해 슈퍼스타의 삶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가운데 구원을 갈망했고, [After Hours]에서는 만신창이가 된 채로 카지노를 쏘다니다 [Dawn FM]에서 삶의 끝과 내세를 목도하며 스스로를 타이르고 깨달음을 알리는 현자로 분하기도 했다. 이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Hurry Up Tomorrow]의 앨범 제목과 콘셉트, 그리고 The Weeknd라는 이름을 폐기하는 음악가의 의도가 보다 명확해진다. 섹스, 마약, 방탕한 삶과 쾌락을 노래하던 퇴폐적인 가수가 세계 대중음악 시장 폭풍의 눈으로 떠오르며 명성과 개인의 삶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를 두고 벌인 토론장의 끝이 다가오고 있다. 아마 이 서사는 Abel Tesfaye의 첫 장편 영화 데뷔작이 될 동명의 스릴러 영화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날 전망이다. 영화는 2025년 5월 미국 개봉을 앞두고 있다.
'아직도 저 자신을 마주하지 못했습니다. 더 많은 노래가 도움이 될 수 있겠죠. 하지만 제게 할 말이 얼마나 남아있나요? 한때 저를 무적으로 만들었던 그 자신감이 세계 무대에서 저를 실패하게 했습니다. 새로운 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브라질 상파울루에서의 콘서트에서 The Weeknd가 발표한 메시지다. 그의 말처럼 [Hurry Up Tomorrow]는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음악을 담고 있다.
2022년부터 작업을 시작한 작품 가운데서는 [Dawn FM]의 독특한 서사를 완성한 프로듀서 Oneohtrix Point Never와 Mike Dean의 이름이 눈에 띈다. Mike Dean 선공개 싱글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Timeless'에서는 Pharrell Williams와 함께 미니멀한 트랩 비트를 주조하였고, 그 위 Playboi Carti의 흥겨운 랩을 더했다. 브라질의 슈퍼스타 Anitta와 함께한 Brazilian Funk 스타일의 곡 'São Paulo' 역시 Mike Dean이 참여했다. 발매와 동시에 Brazilian Funk 역사상 가장 큰 히트곡으로 자리한 이 곡은 Anitta의 매서운 인지도와 The Weeknd의 실험적 면모가 흥겨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키보드, 편곡, 보컬에 참여한 디스코의 살아있는 전설 Giorgio Moroder의 참여도 흥미롭다. Daft Punk의 [Random Access Memories]에서 인상적인 작품을 발표한 Giorgio는 [Dawn FM] 속 Quincy Jones의 'A Tale by Quincy'를 연상케 하는 작업으로 The Weeknd와 함께했다.
신보의 음악에 대한 힌트는 무려 5년 전인 2020년 3월 25일부터 이미 대중에게 알려져 있었다. 팬들은 기습적으로 열었던 인스타그램 라이브에서 The Weeknd가 공개한 완성되지 않은 다섯 곡 가운데 세 곡이 [Hurry Up Tomorrow]에 담겼음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이는 The Weeknd의 도전이 실험 가운데 그를 정상의 자리로 이끈 동지들과의 여전한 협업으로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와 있음을 선언하는 믿음의 징표이기도 하다. 더욱 밝은 신스팝 'Dancing In the Flames'에서 검증된 히트메이커 Max Martin과의 콤비 플레이를 감상할 수 있다.
The Weeknd는 Variety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더 큰 명예, 더 큰 성공, 더 많은 쇼, 더 많은 앨범, 더 많은 상… 쥐잡기 같은 경쟁입니다. 끝내기 전까지 절대 끝나지 않는 싸움이죠. The Weeknd 페르소나로 모든 도전을 극복했습니다. 내일이 어떤 모습일지 알고 싶어요.' Nightmare Trilogy는 2020년대 대중음악 가운데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 시리즈다. The Weeknd는 이 3부작을 지휘한 슈퍼스타다. 하지만 이제 그는 앨범 제목처럼 얼른 내일이 오길 바랄 뿐이다. [Hurry Up Tomorrow]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