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국내 가요 결산] K-POP부터 밴드까지, 장르 다양화의 해

에디션m

[2024년 국내 가요 결산] K-POP부터 밴드까지, 장르 다양화의 해

2025.02.04
Special

에디션m

'이런 노래를 뭐라고 하지?'
'이 노래는 어떻게 유행하게 됐을까?'


우린 종종 음악을 들으며 장르, 아티스트, 혹은 노래의 이면에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궁금해하죠. 또는 최애곡과 비슷한 노래, 최애 밴드와 비슷한 가수에 목말라하기도 하고요. 하나의 음악을 접하면 다섯 가지의 질문을 하게 되는 독창적 탐구형 리스너를 위해, 멜론과 전문가가 힘을 모아 대중음악 지침서를 발행합니다. 세상의 모든 음악을 에디션m에서 즐겨보세요.

음악을 탐구하는 멜로너를 위한 대중음악 지침서, 에디션m

Story

K-POP부터 밴드까지, 장르 다양화의 해

여성 솔로 가수의 약진

가요계를 지배한 '이지 리스닝'의 기조는 '나쁜X'를 내뱉던 비비 (BIBI)에게 달디달고 달디단 '밤양갱'을 선물했다. 장기하의 말맛, 천연덕스러운 비비 (BIBI)의 가창, 우아한 왈츠 연주가 어우러진 노래는 2024년 상반기의 우리에게 달콤하고 쌉싸름한 중독을 유도했다.

음악 결과물에 대한 요구로 고심이 깊었을 이영지는 자신의 진솔한 매력과 콤플렉스를 끌어안는 'Small Girl'을 통해 대중의 폭넓은 지지를 입증했다. 새 시대 슈퍼스타의 자격은 연약한 당당함, 친근한 솔직함이다. 비비 (BIBI)와 이영지의 성공은 장르에 대한 구분만큼이나 음악가에 대한 엄격한 정의가 무의미해졌음을 알리는 징표였다.

밴드 붐은 온다

코로나19 팬데믹 종식 이후 서서히 눈에 들어오고 피부로 느껴지던 밴드 편성의 록 음악이 대중의 선택을 받았다. 1990년대 한국 인디 록과 해외 유명 록 밴드들의 음악을 체화한 Z세대 및 알파 세대는 인스타그램 매거진,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채널, 카카오톡 오픈 채팅 방, 디스코드 채팅방 등 커뮤니티를 조직하여 취향을 되새기고, 넓혀나갔다.

2010년대 일본에서 큰 인기를 누렸던 OFFICIAL HIGE DANDISM, SPYAIR, aimyon, Mrs. GREEN APPLE 등 밴드들의 유행은 제이팝 아티스트 내한 공연의 매진 행렬로 한국에서 재현되었다. 매년 최고 기록을 경신하던 뜨거운 여름날의 록 페스티벌 현장은 '오픈런'이 벌어질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인기 일본 애니메이션 '봇치 더 록!'과 '최애의 아이'에서 영감을 얻은 걸밴드 QWER은 '고민중독'과 '내 이름 맑음'을 통해 이 유행을 한국 현지에 이식하는 데 성공하며 2024년 한 해 내내 큰 인기를 누렸다.

멤버 전원 군 복무를 마치고 4인조로 다시 태어난 DAY6 (데이식스)는 의심의 여지 없는 가요계의 주인이었다. [FOUREVER] 앨범의 'Welcome To The Show'와 'Happy' 원투펀치가 강력했고, 후속작 [Band Aid]의 '녹아내려요'와 고척스카이돔에서의 단독 콘서트까지 질주했다. 간결하게 다듬어진 역설, 벅차오르는 행복과 위로의 감정을 담은 그들은 2024년 밴드 열풍의 가장 핵심에 위치한다. DAY6 (데이식스)의 후배 그룹, JYP엔터테인먼트의 Xdinary Heroes 역시 탄탄한 실력의 데뷔 앨범 [Troubleshooting]을 선보였다.

밴드 음악에 대한 관심은 한국 인디로부터 탄탄한 팬덤이 길어 올린 신예 록 밴드들로 더욱 뜨거워졌다. [POWER ANDRE 99]와 함께 한 해 록 페스티벌 시장을 정복한 실리카겔, 록의 신성 한로로, 세련된 록 앨범을 내놓은 솔루션스 (THE SOLUTIONS) 등 풍성한 음악이 이어졌다.

[역성]과 함께 투쟁의 기치를 들어 올린 이승윤은 한 해 내내 록 페스티벌 무대와 단독 콘서트, 웹 예능 등 종횡무진 가요계를 누비며 활약했다. 혁오 (HYUKOH)와 Sunset Rollercoaster 落日飛車의 합작 [AAA]는 '아시안 팝'이라는 새로운 아젠다를 대중에 각인했다. 일곱 번째 정규 앨범 [GROWTH THEORY]를 내놓은 윤하 역시 흥미로운 서사와 쾌청한 록 음악으로 풀어냈다. 아직은 속단하기 이르지만, 간절한 염원을 담은 유명 인스타그램 매거진 계정의 포부가 이렇게 가깝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 '밴드 붐은 온다.'.

젊은 야심가들

한국 전자 음악의 팬들은 방탄소년단 RM의 [Right Place, Wrong Person] 앨범 크레딧을 유심히 살펴봤다. Balming Tiger San Yawn과 bj wnjn, Unsinkable에 우선 놀랐다. Balming Tiger는 지난해 [January Never Dies] 정규 앨범에 이어 전 세계를 종횡무진 누비며 'Big Butt' 싱글까지의 여정을 훌륭히 마무리 지었다.

Jclef, 김아일, Kim Hanjoo의 기여는 이이언 (eAeon), HWI, 김도언, Cha 다같이 함께하는 예술가 커뮤니티 박쥐단지의 존재를 상기시켰다. Kim Hanjoo는 실리카겔의 멤버로, 황휘는 HWI라는 이름으로 커다랗고도 아기자기한 세계의 정규 앨범 [Humanly Possible]을 발표했다.

전자음악을 중심으로 한 한국의 젊은 야심가들이 인상적인 결과물을 내놓았다. 현재 가장 주목받는 전자음악 레이블 사운드서플라이서비스의 컴필레이션 앨범, 소속 음악가 Mount XLR의 작업이 번득였다. 서울에서 근사한 보일러 룸 파티를 선보인 NET GALA는 과격하게 휘몰아치는 [GALAPAGGOT] 앨범을 발표했다. 이외에도 archie, 모시 등 음악가들이 고른 활약을 펼쳤다.

거장들의 귀환

전 세계적으로 커다란 화제를 모았던 Oasis와 LINKIN PARK의 재결합 소식을 기억하는가. 한국 역시 거장들의 뜨거운 귀환 행렬이 이어졌다. 지난해 감격의 동서양 100인조 오케스트라 지휘를 마친 김수철은 데뷔 45주년 기념 앨범 [너는 어디에]를 통해 대중음악으로의 귀환을 선언했다.

하나음악의 역사를 이어가는 조동희는 작사가로의 자아를 넘어 솔로 앨범 [꽃차례]를 통해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를 환기했다. 이효리, 존박, 김민석, 하림과 세대를 뛰어넘은 협연을 선보인 정미조의 '75' 역시 거장의 품격을 드높였다.

베테랑들의 활약도 빛났다. 김범수는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 대상을 받은 최유리의 타이틀곡 '여행'과 동명의 정규 앨범을 통해 '듣는 로드무비'를 완성했다. 오랜만에 힙합 속성 강의를 준비한 에픽하이 (EPIK HIGH)는 [PUMP]를 통해 긴 시간 대중의 청취 레이더로부터 이탈하지 않았던 노하우를 증명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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