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국내 알앤비 결산] 구와 신의 조화가 어우러진 한국 알앤비 신

에디션m

[2024년 국내 알앤비 결산] 구와 신의 조화가 어우러진 한국 알앤비 신

2025.02.04
Special

에디션m

'이런 노래를 뭐라고 하지?'
'이 노래는 어떻게 유행하게 됐을까?'


우린 종종 음악을 들으며 장르, 아티스트, 혹은 노래의 이면에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궁금해하죠. 또는 최애곡과 비슷한 노래, 최애 밴드와 비슷한 가수에 목말라하기도 하고요. 하나의 음악을 접하면 다섯 가지의 질문을 하게 되는 독창적 탐구형 리스너를 위해, 멜론과 전문가가 힘을 모아 대중음악 지침서를 발행합니다. 세상의 모든 음악을 에디션m에서 즐겨보세요.

음악을 탐구하는 멜로너를 위한 대중음악 지침서, 에디션m

Story

구와 신의 조화가 어우러진 한국 알앤비 신

더할 나위 없이 풍족했던 2024년의 알앤비/소울

2024년 11월, 성산동에서 한국 블랙뮤직의 매력을 알린다는 목적하에 밴드 소울 딜리버리가 주최한 'RSS 뮤직 페스티벌'이 열렸다. Q the trumpet, 김유진, JINBO the SuperFreak, THAMA, Otis Lim, Flatshop 등의 라인업으로 알앤비와 소울, 펑크(Funk)와 재즈가 넘실댔던 이 페스티벌은 비록 여타 대형 록 페스티벌에 비해 규모는 작았을지 몰라도 경계 없는 무대 구성과 웃음꽃 넘치는 현장 분위기 속에 아티스트와 관객이 하나로 섞이며 그 여느 축제보다도 짙은 인상을 남겼다. 이 근심 걱정 없던 마법 같은 분위기만큼이나 올 한 해 알앤비와 소울 진영에는 축복이 가득했다. 손에 꼽기 힘들 정도로 많은 수의 음악가들이 돌아왔고 동시에 양질의 앨범들이 빈틈없이 일 년 내내 행복하게 울려 퍼졌다.

신진 레이블 '스탠다드 프렌즈'의 활약

2024년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친 레이블 타이틀은 단연 '스탠다드 프렌즈(STANDARD FRIENDS)'의 몫이다. 설립자인 Zion.T를 주축으로 가수 원슈타인과 프로듀서 Slom이 속해있던 이 레이블은 2024년에 들어 기리보이, Fisherman, sokodomo 등의 아티스트를 다량으로 영입하며 세력을 확장했고, 이들이 완전체로 모인 연말 콘서트를 성료함과 더불어 괄목할 작품들을 바쁘게 쏟아냈다. 먼저 Zion.T는 자신의 커리어 압축본이라 부를 법한 소박한 팝 정식 같은 앨범 [ZIP]으로 연말을 따스하게 장식했고, 원슈타인은 정규 선공개 앨범 [TENT 0.7]로 활동 재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Slom은 싱어송라이터 SUMIN (수민)과 발표한 [MINISERIES 2]로 평단의 찬사를 독식, 가요의 기본 문법이라 할 수 있는 통속적 사랑을 주제로, 여러 웰메이드 트랙을 산출하며 옴니버스 연속극 같은 앨범을 만들었다.

굵직한 아티스트들의 귀환

하지만 한 해 알앤비 신을 풍성하게 채운 건 오랜만에 복귀한 유명 아티스트의 네임밸류였다. 정규 2집 [PSST!]으로 돌아온 존박은 전곡 작사, 작곡에 참여한 것은 물론, 전보다 훨씬 깊은 풍미의 빈티지 사운드를 채택하며 거듭 발전하려는 음악인의 자세를 취했다. 선우정아는 전적으로 대중성과의 결합을 도모, 은하수처럼 찰랑거리고 반짝이는 정규 4집 [너머]를 통해 꿈결의 알앤비 팝을 그리는 데 성공했다. 베일에 싸인 가수 DEAN의 경우에는 프랑스 출신의 프렌치 하우스 뮤지션 FKJ와 함께 더블 싱글 '3:33'을 발매하며 깜짝 복귀를 알렸으며, 나얼은 알앤비의 황금기를 상징하는 요소로 가득한 '1993' 싱글을 통해 자신의 소울 음악 세계를 확장하는 프로젝트 'Soul Pop City' 시리즈의 명맥을 이어 나갔다. 박재범 역시 5년 만에 화려한 피처링진으로 무장한 정규 6집 [THE ONE YOU WANTED]를 발표하며 영향력과 입지를 공고히 했다.

그 외에도 특색 있는 조합이 쏟아져 나왔다. 이 분야의 대가라 할 수 있을 아티스트 JINBO the SuperFreak는 떠오르는 신인 Hersh와 손을 잡고 일명 '포스트-포스트모더니즘'의 준말인 '포포모(PoPoMo)' 프로젝트를 감행, 소울의 전형 격이라 할 수 있을 노련한 작품을 창조하며 '믿고 듣는 진보'의 타이틀을 또 한 번 증명했다. '미워요', '오르막길' 등의 히트곡으로 오랜 사랑을 받은 독자적 음색의 소유자 정인 역시 마찬가지로 언더그라운드 힙합 신에서 굵직한 경력을 가진 프로듀서 마일드 비츠 (Mild Beats)와의 합작 앨범을 기획하며 블랙뮤직이라는 공통분모 아래 준수한 시너지를 다졌다.

라이징 스타들의 대거 등장

그 너머에는 신예 싱어송라이터의 이름들이 두드러졌다. 데뷔 앨범임에도 고감도 사운드 터치로 '계절풍'이라는 제목에 부응하듯 거대하고도 고결한 자연 이미지를 입힌 BRWN의 [Monsoon], 펑키(funky)한 그루브 아래 유머와 재치를 적소에 녹여내며 쉬운 접근성과 독특한 캐릭터로 당당히 출사표를 내민 Otis Lim의 [Playground], 엉뚱하고도 통통 튀는 악기 편성과 일상적 소재로 매력을 발산한 주혜린의 [COOL], 긴 공백을 깨고 13년 만에 데뷔 앨범을 발표한 기대주 주영의 [Sphere], 과거 1990년대 한국 발라드 신을 연상케 하듯 몽글몽글한 감성이 살아 숨쉬는 hiko의 '말버릇' 등 빼놓을 수 없는 수작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외에도 오늘날 얼터너티브 속성을 한껏 머금으며 여러 장르를 오가는 실험가들도 있었다. 복고라는 모토 아래 댄서블한 음악을 만들어온 음악가 Xin Seha (신세하)는 정규 3집 [CN X]을 통해 에스닉한 질감과 신시사이저를 혼합해 자기만의 알앤비 세계를 구축 및 확장했다. 싱잉 랩을 주제로 힙합 및 알앤비 영토를 고루 넘나드는 Rad Museum은 래퍼 키드 밀리와의 합작 프로젝트 [RAD MILLI]를 통해 양쪽 진영의 열띤 호응을 받았다. 한편 뉴트로 분야에서 빼어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외골수 Babylon (베이빌론)은 세 번째 복각 시리즈 [EGO 90'S Part. 3]를 발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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